이솝 우먼스 라이브러리

이솝은 전 세계 여러 나라에서 이솝 우먼스 라이브러리를 성공적으로 선보이며 지속해서 여성의 목소리와 스토리에 힘을 더했습니다. 한국에서도 문학과 여성 커뮤니티를 알리기 위해 이솝 한남에서 5월 23일부터 6월 4일까지, 이솝 가로수길에서 6월 1일부터 6월 14일까지 이솝 우먼스 라이브러리가 진행됩니다.

큐레이션 스토리 by 영감의 서재

이솝 우먼스 라이브러리의 구체적인 작품들을 선정하는 과정은, 지금 한국의 예술(문화) 장르, 그리고 문학 장르에서 가장 역동적이면서도 흥미로운 결과물을 골라내는 과정과도 같았습니다.

이솝 한남에서 선보일 첫 번째 테마, ‘글로 쓰는 예술과 문화’에서는, 문화와 예술에 대한 폭넓은 시각이 돋보이는 여성 작가들의 감도 높은 도서들을 주로 라인업했습니다. 지금, 한국 문화계의 흐름은 여성의 목소리로 일상을 마주하는 섬세한 시선과, 예술과 취향을 라이프스타일이라는 테마로 끊임없이 소통하는 다양한 세대의 여성 작가들이 주도하고 있습니다. 이 작가들은 예술의 존재와 머물렀던 공간에 대한 이해를 섬세한 글로, 취향이 담긴 장면을 회화로, 그리고 사진으로, 더불어 인터뷰와 에세이로 기억하고 공유하고자 합니다.

이솝 가로수길에 자리할, 두 번째 테마 ‘글로 쓰는 삶: 우리의 과거, 현재, 미래’에서는 지금 한국 사회를 대변하는 가장 정확한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는 여성 작가들의 문학 작품들을 골랐습니다. 지금 한국 문학의 지속가능성은 분명, 순문학과 장르문학을 넘나들며 다채로운 이야기와 반전으로 삶을 꿰뚫는 동시대적 감각을 표현하고 있는 여성 작가들로부터 나오고 있습니다. 통찰력 있는 문장으로 과거와 현재, 어쩌면 이미 와 있을지도 모르는 미래를 통해 우리의 현재를 섬세히 어루만지는 여성의 목소리가 담긴 문학은 삶과 세대의 관계, 소설과 현실의 경계를 허물고 낯설게 보기를 반복하며 내밀한 이야기를 길어 올리고 있습니다.

이번 이솝 우먼스 라이브러리에 소개된 작가 14명의 다양한 책에 담겨 있는, 시대의 흐름과 작가의 식견이 고루 교차된 텍스트는 우리의 삶에 풍성한 아름다움을 안겨줄 것입니다.

윤혜정 작가

오랫동안 패션 매거진에서 아트에 관해 취재하고 글을 써 온 에디터 출신, 윤혜정 작가는 현재 한국을 대표하는 갤러리 중 하나인 국제갤러리에서 디렉터로 일하고 있다. 한 사람의 여성, 어머니이자 딸, 독립된 직업인으로서 정체성을 담은 촌철살인의 글을 계속 써 내려 가고 있다. 예술을 바라보는 한 개인의 경험과 심리에 초점을 맞춘 에세이집 <인생, 예술>은 다양한 예술가들을 만난 인터뷰집 <나의 사적인 예술가들>에 이은 2번째 저서다.

Photo of author Yoon Hyejeong

여성이자 작가, 어머니이자 예술계에 종사하는 직업인으로서 본인의 일과 삶이, 글에 어떻게 담기는지 궁금합니다.

미술에 대한 글을 쓰고 있지만 개인적인 정체성이 알게 모르게 많이 반영되는 편입니다. 한 사람의 독립적인 여성이자 엄마이기도 하고, 글을 쓰는 사람이자 직업인이기도 한 나의 복합적인 상황이 그때그때 드러나곤 합니다. <인생, 예술>에서 아티스트, 그리고 작품들을 선정한 기준도 그래서, 이런 저의 삶과 동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브라질 작가 안나 마리아 마욜리노는 한국에서는 그리 잘 알려진 편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녀의 사진 작품을 보자마자 성이 모두 다른 우리 집의 세 여자 ‘윤혜정의 삼대’를 떠올리며 전율을 느꼈습니다. 제 책을 읽는 독자들도 삶과 예술은 서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느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미술은 사람들이 관심을 많이 갖는 장르이지만, 그만큼 자기 것으로 이해하고 소화하기 어려운 장르이기도 합니다. 일반인도 미술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저는 종종 ‘예술 감수성’이라는 표현을 쓰곤 합니다. 어떤 이슈나 관계에 마음을 열고 들여다볼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인데요. 미술 작품을 본다는 것은, 다른 대중 예술에 비해 그만큼 자율성과 자발성이 무척 중요합니다. 힌트나 단서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작품과 나만 서로 대면하는 ‘진공의 순간’을 맞이해 보는 연습, 그리고 지속적인 체험이 필수적입니다.

이 책에 다룬 모든 에피소드가 다 의미 있겠지만, 특히 본인에게 가장 중요한 대목을 딱 하나만 남긴다면 어떤 것일까요?

정말 고민이 많이 되는 질문입니다. ‘결핍’에서 출발해 자신만의 독보적인 예술 세계를 구축한 양혜규 작가의 이야기, 상처 받은 여성성을 인간성으로 승화한 루이즈 부르주아의 이야기, 앞에서 언급했던 안나 마리아 마욜리노의 이야기도 소중하고요. 그래도 가장 본질에 가까운 문장을 꼽자면 예술을 통해 보이지 않는 세계를 탐색하는 ​아니쉬 카푸어 작품을 언급한 대목일 겁니다. “이는 여태껏 내가 단 하나의 종교를 선택하지 못한 이유가 예술을 곁에 두었기 때문이라고, 아니 내가 예술의 곁에 있기 때문이라고 믿는 궤변론자만이 누릴 수 있는 호사다.”

손보미 작가

젊은 여성 작가가 장르를 가리지 않고 한국문학을 이끌어 나가는 현상은 이제 하나의 흐름이 되었다. 미래가 가장 유망한 신진 작가를 선정하는 ‘젊은 작가상’을 세 번이나 받은 유례없는 성과를 거둔 손보미 작가는 요즘 특히 더 눈에 띄는 집필 활동을 펼쳐 나가고 있다. 항상 ‘스스로가 즐거운 글쓰기가 정답’이라고 말하는 손 작가는 최근 여성을 일인칭으로 다루는 새로운 작품 세계를 다수 선보이고 있다.

Photo of Son Bomi

한국을 대표하는 여성 작가로서 많은 작품을 내셨습니다. 작가님의 삶과 관점이 작품들에 끼친 영향에 관해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사실 데뷔하고 나서 한동안, 여성의 시각에서 소설을 쓰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남성이 주인공인 작품들, 일인칭 남성 시점의 글을 쓰곤 했지요. 이유는 저는 소설을 철저하게 상상과 창작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여성의 시점에서만 쓰게 되면 제 개인적인 체험이나 사고방식에 상상력이 제한 받게 되는 것 같아 꺼려졌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3~4년 전부터 일인칭 여성 시점의 작품을 다수 시도하게 되었어요. <우연의 신>에도 독자적인 여성 캐릭터가 등장하죠. 작가로서 일종의 터닝 포인트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그동안 왜 자기 경험을 반영한 소설을 쓰지 않는지 질문도 많이 받았어요. 돌이켜 보면 저에 대한 불만, 또는 소극적인 자세 탓이었던 것 같아요. 저는 무척 보수적인 도시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중학생이 되면서 갑자기 이성과 대화하는 것을 금지당하고, 유독 여학생만이 지켜야 하는 규범을 받아들여야 했어요. 어린 나이에도 불합리하다는 생각은 했지만, 현실에 잘 순응하는 타입이었기 때문에 당시에는 전혀 저항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면 최근의 소설들은 당시 어렸던 자신에게 보내는 사과문, 또는 화해를 시도하는 편지라고 볼 수도 있을까요?

네, 맞아요. 그저 현실에 순응했던 과거에 대한 반성, 또는 창피했던 마음을 극복하고 싶어서 써 내려가는 글들이 꽤 많은 것 같아요. 그리고 그 글은 현재의 나를 다독이고, 앞으로 더 전진하게 하는 힘으로 작용하고요. 저와 같은 세대의 여성들이라면 공통으로 느꼈을 법한 감정을 단순히 ‘어린 시절의 나의 잘못이 아니었구나’라고 새롭게 승화시킬 수 있는 글이 되면 좋겠습니다.

가와카미 미에코의 <잠은 모두 그녀의 것>

무라카미 하루키가 ‘끊임없이 성장하고 발전하는’ 작가라고 말한 가와카미 미에코는 소설 《헤븐(2009)》으로 최근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습니다. 우정의 소중함과 죽음과의 관계를 탐구하는 가와카미의 이야기는 다소 대범한 위트로 공통적인 두려움을 돌아보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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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 illustration of sound waves reverberating from a pair of lip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