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lustration by Audrey Helen Weber

2019년 9월호

더 렛저

페이션스 스토롱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했던 영국 시인 위니프리드 에마는 9월을 가리켜 “가득 찬 광주리와 쌓아놓은 곡식 다발이 있는 성숙의 달……따뜻함과 깊이, 색이 있다. 마치 오래된 호박처럼 빛난다.”라고 말했다. 세계 곳곳에서 긴 소매 옷, 타이트한 일정, 이슬이 맺히는 쌀쌀한 아침, 깨끗한 축구화처럼 기분 좋은 새로움이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9월은 힌디 자흐라의 노래와 홀로코스트를 기록한, 뛰어난 크로아티아 작가 고(故) 다샤 드른딕의 중요한 작품에 대한 호기심과 발견으로 보답한다. 모로코 가수인, 힌디 자흐라는 낯설 수 있는 음악이지만 유연하고 매혹적인 음색으로 아름다움과 비통함을 영어나 베르베르어로 동일하게 전달한다. ‘보이스 오브 위트니스’는 공감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실시해 심각한 불평등과 인권 비상사태에 맞서 싸우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널리 전한다. 라토야 루비 프레지어는 오하이오의 소외된 자동차 공장 노동자들의 곤경을 목도한다. 쉬라제 후쉬아리의 매혹적인 엑토플라즘 캔버스는 마치 새로운 계절을 여는 문처럼 보인다. 게으른 꿀벌처럼 이들 사이로 내려앉는다. 꿀벌은 다양한 동식물이 존재하는 대만의 가오펑 식물원에서 만날 수 있는, 9월을 상징하는 섬세하고 사랑스러운 곤충이다.

Illustration by Audrey Helen Weber

 
독서

서로 엮인 개인사와 포스트콜로니얼 서사

‘벵골 늑대 소녀들’인 카말라와 아말라에 관한 이야기는 로물루스와 레무스가 등장하는, 출처 불명의 로마 건국 신화를 상기시킨다. 1920년대 초 벵골에서 일하던J.A.L 싱 목사는 숲에서 소녀들을 발견했는데 날고기를 먹고 네발로 기어 다니며 달을 보고 짖는 등 야성의 특성을 보여 놀랐다고 전한다. 그는 이런 행동이 문자 그대로 늑대 손에서 자란 결과라고 주장했다. 그는 소녀들을 ‘회복’시키려고 했지만 성과는 제한적이었는데 아마 소녀들이 싱의 주장과는 달리 실제로 동물들의 손에서 자란 것이 아니라 선천적인 결함이 있었기 때문일 수 있다. 영국의 인도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시인이자 소설가인 바누 카필은 이 복잡하고 논란의 여지가 있는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아 특정 이야기가 집단 상상력에 지속적으로 미치는 영향을 다룬 근본적으로 공감에 관한 작품을 집필했다. 『휴애니멀, 미래 어린이를 위한 프로젝트(Humanimal, a Project for Future Children)』에서 카필은 늑대 소녀들의 이야기에 강한 호기심을 느낀 영화 제작진과 함께 실제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사건의 조각을 맞추기 위해 미드나포레로 여행을 떠난다. 영화 제작진은 현지 민속 연극단의 배우를 고용해 늑대가 소녀를 잡아가는 장면을 재현하기로 하지만 카필은 소녀들을 식민 사회에 소개하고 길들이는 어색한 과정에 더욱 관심을 둔다. 그녀는 이것을 좀 더 개인적인 이야기, 인도에서 영국으로 이주한 아버지의 여정에 접목한다. 인도에서 아버지의 발은 ‘염소의 것과 닮아 있었다’라고 썼다.

Illustration by Audrey Helen Weber

 
지원

희망으로 단련된 긴급한 도움에 관한 이야기

보이스 오브 위트니스(Voice of Witness)는 스토리텔링을 활용해 불평등에 맞서 싸우는 인권 단체다. 이 곳의 미션은 가장 고질적인 사회 문제를 직접 경험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널리 전하는 것이다. 작가 데이브 에거스와 미미 로크, 의사 롤라 볼렌이 공동으로 설립한 단체는 두 가지 주요 이니셔티브를 추진한다. 하나는 매년 20,000여명을 대상으로 한 교육 프로그램으로 교육자, 저널리스트, 변호사, 의사 등 다양한 인권 옹호자들에게 윤리를 강화하는 스토리텔링을 교육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부당하게 유죄 판결을 받은 미국인과 불법 이민자들의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다룬, 구전 역사서 시리즈다. 솔리토 솔리타: 중앙 아메리카 출신의 어린 난민과 국경 횡단은 최근 몇 년 새에 이민자들에 대한 수사학적 표현이 더욱 강경해지고 있는 미국이라는 불확실한 피난처를 찾아 중앙아메리카를 탈출한 어린 난민들의 위험하고 고된 여정에 특히 시기 적절하게 빛나는 등불이다. 솔리토 솔리타에서 15명의 화자가 등장해 고향을 떠나온 이유, 멕시코를 가로지르는 여행에서 겪었던 사건, 높은 말뚝이 세워진 국경을 넘기, 미국에 도착하면 인간의 존엄을 가지고 생활하고 일하는 것이 어떤 모습일지 정제되지 않은 표현으로 서술한다. 언어의 독특함과 세부적인 개인 경험을 담아냄으로써 보이스 오브 위트니스의 프로젝트는 유사한 주제를 다룬 대부분의 뉴스보도가 갖는 고정관념의 허울과 따분한 시사성을 뛰어넘는 데 성공했다. 길고 외로운 길을 용감하게 헤쳐온 젊은이들이 매섭게 추운 유치장에서 가족과의 감격스러운 상봉에 이르기까지 여정을 아주 상세하게 들려주기 때문에 그들의 용기와 인류애 그리고 희망에 압도된다.

 
방문

향기롭고 생기 넘기는 신록의 장소

1932년 설립 당시에는 츠 투 치 숲 체험장으로 불렸으며 신주시의 녹색 도서관으로도 알려진 가오펑 식물원은 35헥타르에 이르는 육묘장과 언덕에 식물 300여 종과 조류 40여 종이 사는 대만의 국가 보물이다. 코코넛 숲을 비롯해 너도밤나무, 빵나무, 녹나무, 가죽나무, 유칼립투스, 마오가니나무가 식생하며, 로터스나무와 대나무 숲을 가로지르는 언덕길, 풍부한 수생 생물과 무성한 습지, 밝은 녹색의 잔디가 펼쳐진다. 19세기 말 일본이 대만을 침공했을 때에는 하카(hakka) 게릴라가 시바지안 산 인근의 요새를 은둔지로 사용했다. 가오펑의 정원은 아직도 비밀스러운 보루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시바지안 산에서 다양한 생물이 모여 사는 이곳 오아시스로 이어지는 길은 오동나무꽃이 늘어선 다리를 가로지른다. 정자에서 차를 마시거나 과거 전장이었던 하카 문화 센터를 둘러봐도 좋다. 다만, 가오펑에 사는 에너지 넘치는 종들에게 산 채로 잡아 먹히지 않으려면 방충제를 잊지 않도록 한다.

 
더 파리스 리뷰

예리한 지성과 풍부한 재능을 추억하며

2018년에 작고한 크로아티아 작가 다샤 드른딕은 다큐멘터리 형식의 소설을 사본, 증언, 명단, 사진 등 기록 보관소의 데이터로 가득 채웠다. 다샤의 주제는 홀로코스트와 이 역사적으로 끔찍한 시기에 크로아티아의 공모다. 더스틴 일링워스가 『더 파리스 리뷰 데일리』와의 인터뷰 도입부에서 언급한 것처럼 “다샤에게는 가까운 과거에 자행된 잔혹한 사건이 픽션과 논픽션 모두의 수용력을 압도할 것 같아 두 장르를 결합해서야 그 참상에 가까운 모습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니면 다샤의 잘 알려진 소설 『트리에스테(Trieste)』에 등장하는 한 인물이 말하는 것처럼 “나는 상상과 갈망의 모든 무덤을 파헤쳤다…… 나는 논리의 흔적은 찾지 못한 채 보관된 일련의 필연적인 물건들을 샅샅이 뒤졌다.” 소설 12권과 희곡 30편을 창작하는 과정에서 연마된 다샤의 스타일은 네오-보르헤스 양식으로 불린다. 버스 티켓과 콘서트 프로그램과 같은 가벼운 일상품들은 이탈리아로 추방되어 살해당한 9,000 유대인들을 기록한 42페이지 명단과 같은 끔찍한 것과 인접해 있다. 다샤의 마지막 소설 『벨라돈나(Belladonna)』(2017)는 삶과 일의 궤적을 반추하는 노년의 심리학자 안드레아스 반을 중심으로 그려진다. 그는 임상 연구 기록, 오래전에 저술한 책들, 진료 기록, 사진 등 먼지가 내려앉은 문서들을 들추며 떠나간 친구와 옛 애인을 회상하고 육체적 노쇠에 저항하고 2차 세계 대전의 끔찍한 기억에 사로잡히고 유고슬라비아의 해체를 애도한다. 다샤의 인물들은 불지 불식 간에 밀어닥치는 고통스러운 기억에 맞서 싸우려고 한다. 그녀가 모든 작품에서 우아하지만 강력하게 한 주장은 과거의 추악함이 언제나 현재에 침출한다는 것이다. “도덕, 사회, 정치, 이데올로기, 예술 등의 파괴에 대해 상상할 필요는 없습니다. 아주 명백하고 공격적으로 우리의 눈 앞에서 지금도 자행되고 있으니까요.”라고 그녀는 『더 파리스 리뷰』와의 인터뷰에 밝혔다. “우리는 역사가 어떻게 반복되는지 보았습니다. 최근에는 샬로츠빌에서, 그러나 유럽 전역과 그 너머에 극우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아직은 발끝으로 걷는 종종걸음입니다. 그렇다고 해도 덜 위험한 것은 당연히 아닙니다. 작은 파시즘도 대수롭지 않은 온순한 나치즘도 없습니다.”

 
영화

흥미로운 가정의 역기능

독일, 아제르바이잔, 조지아 3개국의 공동 제작으로 아제르바이잔 배우와 국제적인 제작팀이 참여해 아제르바이잔 현지에서 촬영한 < 엔드 오브 시즌(End of Season) >은 엘마르 이마노브 감독의 데뷔작이다. 이마노브와 그의 형제 아나르가 공동으로 집필한 대본은 오랫동안 고조된 갈등으로 인해 분열된 가족에 관한 신랄하고 통렬한 이야기이다. 독일 쾰른 국제영화학교에서 영화를 전공한 이마노브는 자신의 고향이자 아제르바이잔의 수도 바쿠에서 <엔드 오브 시즌>를 촬영했다. 주요 인물로 오랫동안 실의에 빠져 지내는 아버지 사미르, 그의 복잡한 아내 피단, 그리고 부모의 인내심을 시험하는 성인 아들 마츠무드가 등장한다. 마츠무드(미르-모브숨 미르자자데 분)는 소년 같고 장난기가 많은 인물이지만 여러 여성 사이를 오가는 칠칠치 못한 사기꾼이다(여자 중 한 명에게 매춘업소를 열도록 도와달라고 말한다). 이러한 불쾌함과 더불어 엄마와 아들 사이의 애정 어린 대화에는 불편한 성적인 통렬함이 있다. 피단(줄피예 쿠르바노바 분)은 아주 어린 나이에 마츠무드를 낳았다. 지금 의사로 일하는 그녀는 공공연하게 자신의 독립성을 쉽게 주장하지만 시무룩하고 우울하며 아들의 롤 모델로써의 역할에 소홀한 남편 사미르(라심 야파로브 분)로 인해 가정생활은 숨이 막힐 듯하다. <엔드 오브 시즌>은 희망을 주지 않지만, 연기, 대본, 연출이 매우 예리하고 사실적이어서 관객들은 이마노브의 사색적인 이야기에 완전히 빠져든다.

 
관람

자동차 공장 노동자의 몰락에 관한 섬세한 시각적 기록

시카고 대학의 르네상스 소사이어티는 예술가이자 다큐멘터리 작가인 라토야 루비 프레지어가 오하이오주 로즈타운의 자동차 공장 노동자들을 기록한 시기적절하고 감동적인 사진전 《라스트 크루즈(The Last Cruze)》을 12월 1일까지 개최한다. 프레지어는 수십 년 동안 제너럴 모터스에서 근무하며 연비가 좋은 쉐보레 크루즈를 생산한다는 대단한 자부심을 가진 사람들을 인내심을 가지고 애정 어린 시선으로 카메라에 담아냈다. 2018년 생산 할당을 ‘미분배’한다는 소식을 듣고 노동자들은 차례로 절망하고 두려움을 느끼고 분노했다—회사가 노조와의 합의사항 위반에 대한 막대한 위약금을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조업 단축이나 공장 폐쇄에 대한 완곡한 표현이다. 노동자들의 선택지는 제한적이었다. 미국의 다른 곳에 있는 GM 공장으로 전근을 신청하거나 다른 기술을 배우거나 매일 농성과 시위를 벌이거나 전미자동차노동조합에 옛 고용주를 고소하는 것뿐이었다. 프레지어는 2018~2019년 겨울을 로즈타운 노동자들과 그들의 가족을 인터뷰하고 사진을 찍으며 보냈고 작가 단 코프먼은 이 지역에 대한 기사를 기고했다. 그렇게 탄생한 기사와 포토에세이는 『뉴욕타임즈 매거진』 5월 5일호에 게재되었다. 르네상스 소사이어티는 이미지와 시청각 자료를 더해 풍성한 전시회를 열었다. 기억에 남는 사진으로 노동자 케샤 스케일스가 눈물을 닦으며 동료들과 포옹하는 장면이 있다. “여기에 고용되었을 때 너무 시끄러워서 귀마개를 해야 했어요. 이제 아무 소리를 들을 수 없네요. 지저분하고 기름 냄새가 났어요. 하지만 다른 냄새도 맡을 수 있었어요. 생산의 현장에서 나는 냄새가 있었어요. 오늘도 돈을 벌었다는 것을 냄새로 알 수 있어요. 마지막 근무하는 날 공장은 으스스한 분위기였어요. 다들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으니까요. 마지막 크루즈를 보고 싶지 않았어요. 걸어 나와서 뒤돌아보지 않았어요.”라고 스케일스가 프레지어에게 말한다.

 
발견

아름다운 용해

쉬라제 후쉬아리의 캔버스 작품은 깃털 모양의 구름, 엑토플라즘 또는 창유리에 내뱉는 호흡을 연상시키는 경계가 모호한 무정형의 형태가 특징이다. 색감은 밝지 않고 미묘하며 파스텔을 연상시키지만 다소 변화가 있다. 1955년 이란에서 태어난 후쉬아리는 1974년 영국으로 이주해 예술을 공부한 후 조각가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1980년대 ‘영국의 새로운 조각 운동’에 참여해 종종 리차드 디콘과 아니쉬 카푸어와 나란히 언급된다. 연무와 장막은 그녀의 이미지에서 섬세하게 등장한다. 아주 미약한 연필 터치로 캔버스에 긍정과 부정에 해당하는 아랍어를 적은 다음 색을 덧칠해 글자를 부드럽게 가린다. 침식으로 인한 붕괴, 형태와 모습에 이끌려 회화에서뿐만 아니라 설치 작품에도 이를 포착하고자 한다. 주조한 스테인리스 스틸을 구부리고 꼬아서 여분의 비정형 나선형 작품 <라쿠나(Lacuna)>와 <시각의 알레고리(Allegory of Sight)>가 탄생한다. 또한 아키텍처 스튜디오 핍 홈과 공동으로 작업한 런던 세인트 마틴 인 더 필즈 교회의 동쪽 유리창에 있는 스테인드 글라스와 십자가의 불안정한 리프가 있다. 1994년 후쉬아리는 테이트 갤러리가 수여하는 터너상의 후보에 올랐다. “이름, 국적, 문화를 초월해서 내 존재의 본질을 찾기 위해서 내 호흡을 포착하고자 했습니다.”라고 그녀는 말한다.

 
음악

당대 여가수의 풍부하고 거부할 수 없는 노래

모로코 가수이자 독학으로 다양한 악기를 연주하는 힌디 자흐라는 빌리 홀리데이, 노라 존스, 패티 스미스의 보컬을 연상시키는 낮고 풍부한 저음의 블루스 음색으로 베르베르어 가사가 가미된 영어로 노래한다. 데뷔 앨범 《핸드메이드(Handmade)》(2011)는 뛰어난 독창적인 친숙함으로 굽이치며 매혹적이다. <뷰티풀 탱고(Beautiful Tango)>는 샹송과 재즈가 결합된 곡이고 <아워소울(Oursoul)>은 영어와 베르베르어 가사가 함께 한다. <스탠드업(Standup)>은 빠른 템포로 차별화되며 다소 확실하게 북아프리카의 당김음을 사용한다. 자흐라는 뛰어난 후속 앨범 《홈랜드(Homeland)》(2015)에 수록된 곡 대부분을 모로코에서 녹음했다. 영어와 불어로 부른 뛰어나면서 구슬픈 토치송, 알리 파르카 투레 풍의 사막 블루스, 플라멩코 스타일의 트랙이 특징이다. 눈에 띄는 곡으로 투아레그족 기타리스트 뱀비노의 반주에 맞춰 자흐라가 노래하는 < strong>투 더 포스(To the Forces)>, 베르베르어로 부른 블루스 곡 <카보 베르데(Cabo Verde)>가 있다. 자흐라는 강렬한 무대 존재감과 다채로운 공연 스타일로 사랑받는다. 그녀의 라이브 공연을 볼 수 있는 기회라면 놓치지 말아야 한다.



오드리 헬렌 웨버(Audrey Helen Weber)의 일러스트레이션

‘You must in commanding and winning / Or serving and losing / Suffering or triumphing / Be either hammer or anvil.’

Johann Wolfgang von Goeth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