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렛저

2018년 2월호

2월 중순이 되면 서양에서는 거의 보편적인 기념일이자 그 외의 지역에서도 상당히 인기 있는 날인 발렌타인 데이를 맞이하게 됩니다. 제프리 초서는 종종 발렌타인 데이를 기념하는 첫 번째 시를 쓴 것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초서의 시 ‘새들의 의회(Parliament of Fowles)’는 현존하는 작품 중 처음으로 사랑의 정원(Garden of Love)에 모인 떠들썩한 새들의 짝짓기를 통해 발렌타인 데이를 로맨틱한 상황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발렌타인 데이의 해가 저물어가면 우리는 초서의 새들뿐만 아니라2월 15일에 시작되는 황금 개의 해를 맞아 개들도 떠올리게 됩니다. 개들은 12간지 중 가장 인도적인 특징을 지닌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충실함과 원칙주의적인 성격으로 높게 평가됩니다. 이들은 매우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지만 눈에 띄는 애정 표현은 거의 하지 않습니다. 발렌타인 데이에 사랑(amour)을 축하하는 한편 우리는 로맨틱한 감정을 뛰어 넘는 유대, 즉 초기 기독교에서 아가페라고 불렸고 수많은 영적 전통에도 존재하는 개념인 같은 인류에 대한 확대된 형태의 사랑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와 같은 유대는 우리가 탄생한 날의 별자리에 관계없이 성취될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면서 2월에는 모든 다양한 형태의 인간 관계를 맺을 권리를 위해 투쟁, 희생, 노력을 마다하지 않았던 몇몇 위대한 이들을 기억해봅시다. 특히 방글라데시 최초의 LGBTQI(성소수자) 잡지를 창간하였으며 1년 전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에서 살해당한 줄하즈 만난, 자진 망명 중인 캐나다에서 수 많은 이란 동성애자들의 해외 망명을 도운 아샴 파시, 동성결혼을 인정하는 역사적인 호주 의회의 결정이 내려지기 훨씬 전부터 소외된 공동체와 성적정체성의 이중 낙인을 견뎌야 하는 호주 원주민 청년들의 자살 예방을 위해 활동해 온 다메욘 본손을 비롯해 성적소수자 커뮤니티에 속해 있는 이들이 떠오릅니다. 이들을 생각한다는 것은 가장 넓은 의미에서 사랑을 느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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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열렬하게 타오르는 어린 심장에 대한 애정 어린 이야기

영화 감독이자 소설가인 루시아 푸엔조의 절제된 영화는 대단원을 향해 서서히 접근해가는 작가의 소설을 연상시키는 절묘함을 지니고 있다. XXY(2007)는 간성(intersex)으로 태어난 십대 청소년으로 자신의 남성성을 억제하는 호르몬 복용을 최근 중단한 알렉스라는 양성적인 이름이 어울리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알렉스의 가족은 우루과이 외딴 지역에 살고 있으며 해양 생물학자인 알렉스의 아버지는 심해에 사는 생물 중에서도 수컷이 암컷이 되는 암수교대자웅동체인 클라운피시(clownfish)를 연구하고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한 성형외과 의사가 아내, 아들과 함께 알렉스의 가족을 방문하고, 성적정체성을 명확히 알 수 없는 의사의 아들 알바로는 알렉스에게 이끌린다. 인간의 몸에 대한 의사의 냉정한 평가와 열병과도 같은 어린 연인들의 강렬한 감정은 풋사랑, 지극한 부모의 사랑, 그리고 자기자신을 사랑하는 것의 어려움을 모두 포괄하는 푸엔조의 사랑에 대한 연민 어린 묘사에서 불협화음을 일으키는 요소로 작용한다. 이 영화는 부족하다기 보다는 색다르다는 의미에서 작년에 개봉한 치명적으로 아름다운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Call Me by Your Name)의 초기 버전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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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깊은 사랑의 잊혀지지 않는 선율

2016년 11월, 동성애자이자 멕시코계 텍사스인 작곡가 폴린 올리베로스가 84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올리베로스는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한 사운드 아티스트로 테리 라일리, 모튼 수보트니크, 스티브 라이히과 협업하기도 했다. 올리베로스가 그녀의 다른 작품들과 함께 특히 어떤 장르라고 딱히 구분하기 어려운 구슬프고 매혹적인 음악 ‘A Love Song’을 남기고 떠났다는 것은 우리에게 큰 행운이다. 올리베로스의 음악에 대한연구와 레퍼토리는 광범위하면서도 깊이가 있었다. 올리베로스는 아코디언, 튜바, 프렌치 호른을 연주하다가 작곡을 공부했고, 이후 일렉트로닉과 테이프 음악(그녀는 샌프란시스코 테이프 뮤직 센터의 초창기 멤버 중 하나이기도 하다)에 매료되었다. 1985년 작곡된 보컬과 아코디언으로 이루어진 곡 ‘A Love Song’은 올리베로스의 앨범 The Well and the Gentl에 실려있다. 아코디언의 울림을 바탕으로 보컬이 다른 세계로 우리를 이끈다. ‘계속 들어라, 그리고 듣고 있지 않을 때는 그렇다는 것을 스스로에게 상기시켜라’라는 것이 음악감상에 대한 올리베로스의 기준이었다. 하지만 이 매혹적인 음악은 듣는 사람이 딴 생각을 하게 놔두지 않는다.

 

 

 
서포트

듣고 싶고 들어야 하는 목소리

호주 원주민 중 성소수자(LGBTQI)는 자유롭게 살고 사랑할 권리를 주장하는 데 특히 어려움을 겪는다. 상호 교차하는 압박 속에서 많은 이들이 철저한 외로움 속에 남겨진다. 2016년 다메욘 본손은 외딴 호주 원주민 공동체에서 펼친 자살 예방 활동으로 유누핑구 인권상을 수상했다. 1980년대 호주에서 자란 본손은 가디언지에 쓴 글에서 에이즈 확산으로 인해 동성애혐오가 걷잡을 수 없이 퍼지는 상황에서도 ‘스타워즈 오리지널 삼부작을 보는 내내 한 솔로에 넋을 빼앗겨 레아 공주를 부러워했다’고 썼다. 또한 본손은 자신의 아버지가 원주민으로서 동등한 권리를 요구하는 운동을 하는 것도 지켜보았다. ‘우리 아버지는 다른 많은 이들처럼 인생의 처음 몇 년 동안 호주 시민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아버지는 흔히 ‘개 목걸이’ 또는 ‘개 허가증’이라고 불리던 면제 확인서(Exemption Certificate)를 가지고 다녔다. 1967년 국민투표를 통해 시민권이 인정되었지만 인종차별은 멈추지 않았다. 희미하긴 하지만 분명히 차 안에서나 축구장에서 사람들이 ‘어보(abo)’, ‘봉(bong)’, ‘쿤(coon)’ 등의 욕설을 했던 것이 내 유년 시절의 기억에 아로새겨져 있다.’ 이러한 본손의 가정교육과 경험은 그가 괴롭힘, 폭력 그리고 ‘의도하지 않은 이성애주의와 유럽인중심의 특권’의 결과로 발생하는 호주 원주민 LGBQTI의 자살과 자해를 예방하기 위한 단체인 블랙 레인보우를 설립하게 했다. 블랙 레인보우는 취약한 호주 원주민 공동체를 강화하기 위해 이러한 모든 병폐와 싸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청취

일상 속 로맨스의 성쇠

더파리스리뷰 팟캐스트는 걸출한 잡지 더파리스리뷰의 간략한 요약판을 멋진 목소리를 통해 생생하게 살아 숨쉬게 만든다. 이 팟캐스트의 두 번째 에피소드에는 관계에 관한 두 가지 이야기가 포함되어 있다. 패션 전문가 헤일리 벤튼 게이츠가 동적인 요소와 정적인 요소에 대한 비유를 통해 육체적인 끌림을 묘사한 에리카 에렌버그의 산문시 ‘전원의 가장자리에서 잠시 멈춰서다(Pause at the Edge of the Country)’를 낭독한다. 에렌버그는 이 시에서 ‘나는 방금 나를 통과했던 또 다른 육체가 발톱을 깎고 맥주를 따는 동안에도 이 풀 먹인 시트 위 축축한 수건 위에 영원히 누워있고 싶다’고 쓰고 있다. 화자가 어떤 생각 또는 느낌을 갖든 화자는 그녀의 연인이 ‘나를 똑같이 대하고, 나를 대상화하고, 나를 사랑하려고 노력하고, 나를 경멸하고, 화를 낸다’는 것을 알고 있다. 쉘리 오리아의 단편 소설 ‘컨버스를 신은 아내(My Wife, In Converse)’는 배우이자 극작가인 도네타 라비니아 그레이스가 낭독했다. 그레이스의 따뜻하고 매끄러운 음색이 시들해지기 시작한 한 레즈비언 부부의 결혼 생활과 그 핵심에 존재하는 친밀함과 갈망을 담아낸다. 오리아의 소설 속 여성 화자는 ‘내 아내’라는 말을 즐겨 하는데, 그 이유는 이 표현이 가장 진보적인 사람들 조차 놀라움에 전율하게 만들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또한 화자가 이 말이 주는 소유의 느낌을 좋아하기 때문이라는 인상을 받는다. 그러나 혼자 요리 수업을 받고 싶어하는 화자의 아내는 퉁명스럽게 말한다. ‘우리는 한 사람이 아니잖아, 알지?’

 

 

 
가든

열정적인 헌신에서 영감을 받은 풍경

영국 출신의 초상화 화가 더글라스 챈더(1897-1953)는 윈스턴 처칠, 퀸 엘리자베스 2세, 허버트 후버, 프랭클린 루스벨트와 영부인 엘리너 루스벨트를 그리는 영예를 누렸고 그의 초상화 몇 점은 백악관과 스미소니언 박물관에도 걸려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챈더는 정원을 꾸미기 위해 그림을 그린다고 말하곤 했다. 챈더는 그의 두 번째 아내 아이나 구트만 힐에게 바치는 녹음이 무성한 일곱 개의 서로 연결된 정원을 그녀의 고향이자 포트워스 서쪽의 비가 거의 오지 않는 텍사스 웨더포드에 조성했다. 중국의 영향을 받은 이 정원에는 코이 연못, 고풍스러운 지붕 타일로 만든 ‘원형문(Moon Gate)’, 잔디 볼링장, 그리고 20피트 높이의 폭포가 자리잡고 있는데, 이 폭포는 챈더가 초상화를 그려준 오하이오 주지사 제임스 콕스가 메마른 땅에 대규모 인공 폭포를 설치하고 싶어하는 이 별난 화가의 염원을 듣고 지원하기로 결정해 만들어진 것이다. 원예가 스티븐 챔블리는 챈더의 비전을 계속 유지하면서도 봄 정원 본래의 모습에 경의를 표하기 위해 서양철쭉 500 그루를 심고 거기에 블루보넷, 백일홍과 같은 일년생 식물과 산세베리아와 부두 릴리 같은 이국적인 식물을 더해 정원을 더욱 새롭게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일반인에게 공개된 챈더 가든에서는 당연하게도 상당히 많은 수의 결혼식이 치러진다.

 

 

 
방문

오랜 시간을 견딘 사랑을 위한 집

칠레 시인 파블로 네루다는 그의 오래된 연인이자 세 번째 아내인 마틸데 우루티아에게 100편의 사랑 소네트를 바쳤다. ‘나는 이 사랑의 건축물들을 지었고, 열 네 개의 판자로 작은 집들을 지었으며, 그리하여, 내가 흠모하고 노래하는 당신의 눈이 그것들 속에 살도록 하였다.’ 1953년 네루다는 실제로 산티아고 벨라비스타 인근에 우루티아를 위한 집 라 차스코나을 지었다. 우루티아는 회고록에서 급경사를 향해있는 한 구획의 땅으로 된 집터를 발견했던 그 날 오후에 대해 쓰고 있다. ‘우리는 물 소리에 매료되었다. 진짜 폭포가 집터 바로 위 운하에서 흐르고 있었다. 파블로는 기쁨으로 한껏 부풀어올랐다. 파블로는 “내가 본 중 가장 아름다운 것이야”라고 내게 말했다.’ 이들은 끊임없이 변하는 청사진을 바탕으로 수년 동안 서서히 집을 지어나갔다. 이들이 집에 맞춰나갔다기 보다는 집이 이들과 나란히 성장해갔다. 우루티아가 여전히 감춰진 연인으로서 이 집에 혼자 살았던 첫 몇 년 동안에는 거실과 침실이 전부였다. 건축가 저먼 로드리게스 아리아스와 함께 네루다와 우루티아는 주방과 식당, 그리고 이후에 바와 서재를 추가로 지었다. 1958년에 지어진 마지막 추가 공간은 건축가 카를로스 마트너의 작품이다. 마트너는 ‘가끔씩 네루다가 무너져가는 창문과 가구를 사왔다’고 회상했다. ‘네루다가 굉장히 좋아했던 창문, 그림, 소파가 있었던 것이 기억난다. 네루다는 작은 창이 산을 향해 있고 이 모두가 포함된 공간을 만들고 싶어했다. 네루다는 공간을 대상에, 전체를 부분에 맞추고 싶어했다.’ 이 집은 현재 파블로 네루다 재단이 운영하는 박물관으로 연중 일반에 공개된다(월요일 휴무).

 

 

 
독서

사랑하는 반려동물을 위한 기발한 헌사

여운(Afterglow)은 한 시인이 자신의 핏불 테리어에게 쓴 사랑의 편지를 모은 작품이다. 냉정하고 신랄하며 다정다감함이라고는 찾아보기 어려운 스타일의 시인 에일린 마일스는 1990년 구조된 강아지를 입양해 로지라고 이름 붙이고, 2006년 로지가 죽을 때까지 함께 살았다. 로지를 향한 마일스의 오마주는 엉뚱함과 애정으로 가득 차 있다. 이 편지들에서 로지는 장난감 인형과 인터뷰를 하면서 자신이 사실은 ‘1990년부터 2006년까지 에일린 마일스의 모든 시를 구술했다’는 것과 자신이 남몰래 자신의 주인을 ‘제쓰로(Jethro)’라고 불렀으며 “왜 아무도 내가 천재라는 걸 몰라주지?”라고 징징거릴지라도 자신은 여전히 제쓰로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밝힌다. 또 다른 챕터에서 마일스는 내다버리기 위해 진통제 약통, 플라스틱 원뿔 등 로지의 오래된 물건들을 모은다. 로지의 밥그릇은 ‘오렌지 소스가 로지의 (흰)입을 얼룩지게 하곤 했던 것’을 떠올리게 한다. 마일스는 세상을 떠난 로지를 향해 이렇게 쓰고 있다. ‘너는 눈, 비, 공기, 태양 그리고 해변을 좋아했지. 넌 이 모든 것들을 사랑했고 나는 네가 이것들을 만날 수 있는 곳으로 너를 데려갔고 너는 미소 지었지.’

 

 

 
발견

쌍둥이처럼 닮은 정신과 관점

베른트 베허와 힐라 베허는 부부이지만 외관상으로도 서로 닮았다. 둘은 뒤셀도르프 광고대행사에서 만나 곧 배수탑, 용광로, 가스 탱크, 갱구, 냉각탑, 곡물 창고 등의 구조물을 담은 매우 단순한 사진들을 함께 찍었다. 둘은 이러한 ‘특색 없는 조각물’들의 유사성을 표현한 이미지 그리드를 만들어 유형별로 분류했다. 베른트를 만나기 전 힐라는 프로이센 궁정의 사진작가 중 하나였던 월터 아이그룬의 견습생이었다. 힐라에 따르면 아이그룬은 ‘정확하고 서술적인 사진 기법으로 촬영 대상에 충실하면서 완벽한 명도와 적절한 심도로 분명하고 깨끗한 이미지’를 만들어 내었고 그렇게 사진을 찍도록 가르쳤다. 힐라는 이 사진 철학을 마음 깊이 새기고 건축 사진가로서 자신의 작업에 적용했다. 커리어 초반 베른트는 어떤 제철소를 찍은 상업사진에 매료되었다. 베른트가 그 제철소를 방문해 그림을 그리려고 할 무렵에는 이미 제철소가 해체되고 있었고 그는 그림 대신 35mm 카메라에 그 모습을 담았다. 베른트와 힐라가 만난 지 2년이 되던 1959년, 이들은 독일 전역을 돌아다니면서 살풍경한 구조물을 사진에 담으며 그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끌어냈으며, 이러한 과정을 통해 산업 공동화의 진행 속에서 일종의 역사 보존을 실천했다. 이들은 이러한 구조물들의 일부를 ‘유목하는 건축물’로 보았는데, 일례로 중국 노동자들에 의해 해체된 룩셈부르크의 용광로가 중국에서 재조립되기도 하였다. 단순 명료하면서도 엄격한 사랑의 작업물과 이들이 종종 영감을 불어넣은 역사 보존 노력이 유럽 문화에 공헌했다는 평가를 받아 베허 부부는 2002년 에라스무스 상을 수상했다.

 

 

제프리 청(Jeffrey Cheung)의 일러스트레이션

‘Where do we begin? Begin with the heart.’

Julian of Norwich